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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의길/등산(블랙야크 100대 명산)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까지.( 원점 회귀 )

by 마보천리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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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11월은 회사가 너무 바쁜 시기라 쉬는 날 없이 일을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쉼 없이 일하던 시기가 끝이 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쉬는 날이 왔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그냥 쉴까도 했지만, 이왕이면 하고 싶었던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진짜 쉬는 거라 생각에 고민도 없이 지리산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노고단 일출만 보고 왔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날은 항상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했던 반야봉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왕복 8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산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좋다는 말이 나올 만큼 너무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스 안내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원점 회귀 )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고개까지 4.7km, 노고단 고개에서 반야봉까지 5.5km로 왕복으로 대략 20km, 평균 9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산행입니다. 

 

준비물

 

노고단만 간다면 큰 준비물 없이 가벼운 트레킹화와 물,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챙겨서 갔겠지만, 오늘은 반야봉까지 가야하는 만만치 않은 산행이기에 준비를 단단히 해서 갔습니다.

 

보온병(커피), 물, 행동식, 김밥, 헤드 랜턴, 장갑, 스틱, 울 모자, 보조 배터리

 

성삼재 → 노고단

 

지리산의 3대 주봉 중의 하나인 노고단까지 가는 길 중 가장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 입니다.코스입니다. 성삼재 휴게소에 주차를 하면 바로 올라가실 수 있는데 위 사진에서도 나와 있듯이 거리는 조금 있지만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중간중간에 조금 힘들게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지만, 혹시나 힘드시다면 편안한 우회길도 있으니 큰 걱정 없이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오랜만의 겨울 산행이라 얼마나 추울지몰라 나름 단단히 준비했고, 성삼재 주차장에 내리기 전에 차에 찍힌 온도는 영하 4도 정도였습니다. 미리 성삼재 주차장 화장실에 들러 마지막 점검을 하고 출발합니다.

 

일출 산행을 위해 일찍 나왔지만, 습관적으로 회사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타는 바람에 일출 산행에는 실패했습니다..ㅜㅜ 이미 저 너머에는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조금씩 날이 밝아 오고 있었고, 저뿐만 아니라 한 분이 저와 비슷한 시간에 출발을 하셔서 덜 외롭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 일출 산행을 하신다면 헤드 랜턴은 필수입니다. )

노고단 대피소

쉬지 않고 서둘러 올라왔지만 이미 노고단 대피소에 올라오니 날이 밝아 버렸네요..ㅜㅜ 올해 노고단 대피소 증축 공사가 있었고, 저번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공사중 이었는데 공사가 끝났나 봅니다. 이곳에서 취사가 가능하기에 혹시나 라면을 드시려고 버너를 챙겨 오신다면 이곳에서만 드실 수 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두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앞에 제가 말씀드렸던 조금 힘든 돌계단길이고, 오른쪽은 돌아가지만 편안한 길입니다.

각자의 체력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올라가시면 됩니다. 

 

저는 왼쪽의 돌계단 길을 선택해서 올라갔고, 묵묵히 한 걸음씩 올라가다 보면 금방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올라갔을 텐데, 너무 오랜만에 왔다고 왜 이렇게 숨이 차던지... 후... 역시 꾸준함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돌계단이 끝나면 노고단 고개가 나오는데, 오늘의 주 목적인 일출 산행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노고단의 절경은 보고 가야 하기에 오른쪽 노고단 정상으로 향합니다. 원래는 사전에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탐방 예약을 해야 하지만, 요즘에는 현장에서도 할 수 있게끔 무인발급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에 현장에서 안될 수도 있기에 사전에 예약하고 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데크길로 잘 되어 있으니 크게 어렵지 않게 노고단 정상까지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노고단 일출

노고단 정상에 올라가니 이미 해는 구름 위로 저만치 올라와 있었지만, 그 또한 너무 아름다워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봅니다. 실제로 보고 느끼는 풍경의 반의 반도 담지 못했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온전히 저만의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노고단의 맑은 운해를 이렇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노고단 정상.

이번 산행에서도 너무 감사하게 노고단의 운해와 맑은 지리산 풍경을 원 없이 보고 갈 수 있었습니다. 갈길이 멀지만 오늘 만큼은 바쁘게 살아왔던 일상을 뒤로한 채 오롯이 자연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노고단 고개 → 반야봉

 

 

노고단고개에서 위 사진의 천왕봉 가는 길로 가면 되는데, 지리산국립공원은 입산시간지정제를 하고 있기에 종주를 하신다면 꼭 가기 전에 위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시간 체크하면서 산행을 하셔야 합니다. 

 

 

반야봉을 올라가는 길목인 노루목까지는 주로 지리산 능선을 걷기에 크게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좌우로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있지는 않지만 가는 길마다 충분히 아름답기에 크게 지루하지 않게 산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길은 반야봉을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성중종주 또는 화대종주를 하시는 분들의 천왕봉 가는 길이기에 날씨가 좋은 날이면 종주하시는 분들을 간혹 뵙기도 하는데 오늘은 반야봉 갈 때까지 한 분도 뵙지 못했습니다. 산행하며 만나는 분들과 짧게나마 인사하며 서로의 안전 산행을 바라는 응원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오늘은 거의 뵙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산행하다 간간히 볼 수 있는 조망점에서 대충 찍어도 이 정도입니다.ㅎㅎ

 

새벽에 일어나 사과 하나 먹고 출발해서인지 진작부터 배가 너무 고파 어디에서 아침을 먹을지 참고 또 참다가 제가 선택한 곳은 돼지령입니다. 노고단 고개에서 반야봉까지 절반 조금 안 되는 지점인데, 넓고 그늘이 없어 따뜻한 해를 등지고 먹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답니다.

짐을 조금 최소화하고자 라면은 챙겨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울 줄 알았는데, 저 김밥만 먹어도 정말 얼마나 맛있던지 역시 산에서 먹는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답니다.ㅎㅎ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배고픔을 참고 참다가 먹었던 저 때의 김밥 맛을 잊을 수 없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조금 더 가니 피아골 대피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저는 반야봉을 가야 하기에 왼쪽 천왕봉 가는 길로 향합니다. 이정표를 보고 반야봉이 없다고 당황하시지 마시고 오로지 천왕봉 방향으로 가시면 됩니다.

 

푸른 풍경을 보며 걷는 것도 좋지만 또 이렇게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 또한 매력이 있습니다. 올해는 가을을 오로지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특히나 더 짧게 느껴졌던 가을이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했었지만 지리산은 다른 어느 곳 보다 빠르게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걸령이 나오는데, 반야봉 가는 길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약수터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물이 여유가 있어 들리지 않았지만 물이 없거나, 특히 천왕봉 가시는 분들은 필히 이곳에 들리셔서 가능한 식수를 충분히 채워서 출발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겨울 산행은 어느 산행보다 조금 부지런하게 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몸의 체온을 적당히 유지하며 최대한 땀이 나지 않도록 미드레이어를 벗고 입어줘야 합니다. 슬슬 날씨가 풀리고 거리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땀이 나려고 하기에 잠시 가방을 내리고 미드레이어를 벗는 순간 하늘을 봤는데 파란 하늘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찰칵. 

저도 모르게 좋다~를 연신 내뱉던 저를 발견합니다.

 

노루목

그렇게 천왕봉 가는 길과 반야봉의 갈림길인 노루목에 도착합니다. 가는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삼도봉으로 향하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반야봉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입니다.

오르막 가 보자고!!

 

10년 전에는 이런 계단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렇게 계단이 생겨서 훨씬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위를 쳐다보지 말고 묵묵히 내 앞의 계단 하나씩 올라간다 생각하면 어느덧 위에 올라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반야봉

 

그렇게 도착한 지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반야봉에 도착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대략 15년 전 20살 때 마지막으로 왔었던 것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러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저는 참 많이 변했는데, 지리산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오는 이들을 한없이 받아주고 있었네요. 저 또한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 때나 지금이나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들은 힘들었으니까 집에서 좀 쉬어라고 이야기하고,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고 분명 몸은 많이 힘들지 모르지만 이곳에 와서야 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휴식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저만의 쉬는 방법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성삼재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를 해야 하는 저는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지만 오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의 풍경을 보며 다시 일상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또 다음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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