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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의길/등산(블랙야크 100대 명산)

잊지 못할 멋진 선물을 받았던 지리산 노고단 일출산행 후기.

by 마보천리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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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요즘 너무 더워서 하루종일 더위에 찌들어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요즘이었습니다. 오늘도 어느 때와 같은 하루로 퇴근하고 격하게 반겨주는 라테와 잠시 인사를 한 뒤 소파에 털썩 앉아 잠시 멍 때리는 와중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노고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녀와서 생각했던 거지만 아마 지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쉼과 힘을 얻고 싶었나 봅니다. 노고단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대략 저녁 11시 정도였고, 부랴부랴 내일 새벽에 일출 산행 갈 계획과 준비를 했습니다. 가장 먼저 노고단의 일출 시간을 확인했는데, 2023년 06월 23일 기준으로 05:10분이 노고단 일출 시간이고 그럼 못해도 집에서 02:30분에는 출발해야 성삼재에 여유있게 04:00 까지는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자도 4시간 밖에 못 자는구나...  간단히 일출 산행만 다녀올 거라 여러 가지 챙길 필요 없이 간단하게만 준비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일출산행 준비사항

혹시나 아직 가보지 않으셨거나, 계획중인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지리산 노고단 일출산행 갈 때의 준비 사항을 정리해 봤습니다. 

  •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 탐방예약(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탐방예약을 하시면 카카오톡으로 QR코드 입장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하절기 같은 경우에도 바람막이 필수

노고단은 쉽게 말해서 구름 위에 있는 정상이기에 바람이 정말 엄청나게 불 뿐만 아니라, 체감 온도가 정말 낮습니다. 항상 노고단 가실 때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온성 의류를 챙겨서 올라가셔야 합니다. ( 열심히 올라갔는데, 너~~~ 무 추워서 일출 포기하고 다시 내려가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ㅜㅜ)

  • 신발은 등산화 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레킹화 정도면 충분합니다.

노고단까지는 길이 너무 잘되어 있기에 등산화 신으면 물론 좋겠지만, 가벼운 트레킹화 정도로도 충분히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 간단한 식사(선택사항)

노고단은 산행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에 꼭 음식을 챙겨가지 않아도 괜찮지만, 산에서 먹는 맛은 또 다르죠??ㅎㅎ

중간에 있는 노고단 대피소에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그곳에서 간단히 컵라면 끓여 드시는 것도 등산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면을 드시기 위해서는 코펠과 버너를 챙겨오시거나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오셔야 합니다. 

현재는 노고단 대피소가 확장 공사를 하고 있어서 기존의 취사장은 폐쇄가 됐고, 그 옆에 컨테이너로 임시 취사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그곳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 헤드랜턴 필수!!

말 그대로 일출 산행이기에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빛 하나가 없기에 어두 컴컴한 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핸드폰으로도 라이트를 켤 수 있지만 그만큼 한 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하기에 넘어짐과 같은 사고 시에 충분한 대처를 할 수 없습니다. 산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반드시 헤드랜턴은 필수입니다.

  • 네비는 성삼재 주차장 검색.

노고단 일출산행 후기

새벽 2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자마자 어제 충전해 놓은 헤드랜턴과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바로 출발했습니다. 혹시나 꾸물거리면 가기 싫어질까봐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나왔던 것 같아요.ㅎㅎ 하지만 여기에서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차를 타고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 바람막이를 안 챙겨 온 게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반팔만 입고 있었는데... 집이 25층이라 다시 올라갔다 오기가 너무 싫고, 혹시나 늦어질까 봐 죽기야 하겠냐는 마음으로 일단 출발했습니다. ( 이때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했죠.. 추워서 죽을 뻔했습니다....ㅜㅜ)

잠을 얼마 안자서 일까 어찌나 졸리던지 무슨 정신으로 성삼재까지 도착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성삼재에 내리는 순간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던 수많은 별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아 이게 얼마만의 지리산인지 역시 오길 잘했어!!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요즘에는 24시간 이마트 편의점이 생겨서 혹시나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저곳에서 구입해서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차에서 내린 지 5분도 안 돼서 시작됐습니다. 현재 온도가 13도.. 바람까지 함께 부니 체감온도는 더 낮아 너~~ 무 추웠습니다.ㅎㅎ

그래서 순간 이마트에서 일회용 비옷이라도 살까 엄청 고민했지만, 일단 가야 돼!! 열심히 올라가면서 땀을 내면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무작정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곳이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올라가는 등산로 시작 지점인데, 화장실은 이곳과 노고단 대피소에도 하나가 있으니 너무 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성인 기준 40~60분 정도면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헤드랜턴에 의지한 체 묵묵히 걸어가는데,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한 어떤 젊은 친구는 속도가 엄청나네요... 벌써 저 앞에서 사라지고 안보입니다.ㅎㅎ

달이 밝은 날이면 헤드랜턴 없이도 갈만 했는데, 요즘 장마 기간이라 그런지 달이 보이지 않네요. 옆에서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저도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역시나 조금 걷기 시작하니 땀이 났고, 올라갈 때까지는 춥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숨 고를 때 하늘을 보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소리와 그 모습들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뭐랄까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오로지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새벽이라 이 순간순간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게 새벽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정상 가기 전 마지막 화장실이 있는 노고단 대피소입니다. 왼쪽에는 대피소 확장 공사 중이었고 화장실만 온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정상 가면 일출 기다리고, 사진도 찍고 하면 꽤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추운데 있으면 화장실도 금방 가고 싶어 지니 조금 예민하신 분들은 미리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화장실을 지나니 저곳에 컨테이너로 임시 취사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종주하시는 분들은 보통 저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시고 출발하시는데 그래서일까 이미 저 멀리서부터 라면 냄새가 얼마나 맛있게 나던지...ㅎㅎ 이렇게 안 챙겨 오면 항상 후회합니다.ㅎㅎ

노고단 대피소에서 바로 올라가는 힘든 길과 쉬운 돌아가는 길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공사 중이라 사진의 저 길로만 갈 수박에 없었습니다. 쉬운 돌아가는 길로 올라가면 그만큼 거리가 길어져 올라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 자칫 일출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서 올라갑니다.

해가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있어서일까 조금씩 날은 밝아지고 있었고, 다만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이대로면 일출을 못 보는 거 아닌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출 못 보더라도 이 과정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너무 좋기에 괜찮다는 생각에 급히 가던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순간순간을 충분히 느끼며 걸어갑니다.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입구에 도착하니 일출을 보러 오신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저 출입구는 05:00부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기존에 받아 놓은 QR코드 입장권을 저곳에서 확인받고 올라갑니다.)

일출 시간이 05:10분이었기에 05:00 땡 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서둘러서 올라갑니다.

안개 가득한 길이라 앞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고, 역시나 위로 올라오니 바람이 훨씬 거세졌습니다. 그만큼 저는 추웠습니다..ㅜㅜㅎ

반팔만 입고 온 사람은 저뿐이었네요.ㅎㅎ

아까 그 출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1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데, 위 사진처럼 데크로 길이 잘 되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안개 가득한 날이라 그런지 앞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을 내려놓으니 한 치 앞만 바라보며 더욱 여유 있게 걸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예쁜 노란 꽃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렇게 사진 한 장!!ㅎㅎ

그렇게 노고단 정상에 도착했고, 혹시 노고단 일출과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일출 방향을 찾아갑니다.

해가 뜨기 직전 아주 잠깐씩 걷히는 안개 덕분에 잠깐이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이런 풍경 만으로도 충분히 선물과도 같았기에 세상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면서 붉은 여명이 하늘을 물들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함께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이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저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고, 또 어떤 분들은 가만히 지켜보시며 눈과 마음으로 담으시는 분들. 그렇게 얼마지 않아 저 지리산 너머 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게 얼마만의 일출인지, 뭐가 그렇게 바쁘고 여유가 없었던 건지 마음만 먹는다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선물과도 같은 풍경을 보며 느낄 수 있는데.

역시나 오길 잘했다며 스스로에게 칭찬, 또 칭찬.

 

사진 실력이 좋지 못해 그때 눈으로 봤던 풍경을 절반도 담지 못한 것 같아 사진을 볼 때면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실제 눈으로 봤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갈 때마다 또 다른 모습의 풍경이기에 자주 가더라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이날 노고단에 오신 분들 중 60대가 훨씬 넘어 보이시는 저 두 분을 뵀는데, 걸어 가시는 저분들을 보니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세월이 흘러 저분들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올 수 있을까. 세월이 흐르더라도 자연을 사랑하고, 이렇게 올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변함없기를 바라며.

정말 너~~~ 무 추웠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이 한 여름에 손이 얼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가 너무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좋아 다른 사람들 다 내려가고도 한참을 있다 더 내려왔는데, 저와 같은 분이 위 사진 속의 저분으로 60대 정도 돼 보이신 여성분이 서울에서 심야 버스 타고 내려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이분도 혼자 오셨는데, 혼자라 사진 찍는걸 너무 힘들어 하셔서 제가 먼저가 사진 찍어드리겠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 모습을 본 제가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본인은 지리산이 너무 좋아서 일년에도 몇번은 버스타고 와서 종주하는데, 너무 아름다워 종주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시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정상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무릎이 안 좋아 종주를 못 가고 있다는 제 얘기를 들으시고는 너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 저는 양쪽 무릎 연골이 없어요!!^^ 그래도 너무 좋아서 이렇게 매번 오는 거예요. "라고 말씀을 하시니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 사진을 받으시고는 너무 행복하다며, 언젠가 꼭 지리산에서 다시 보면 좋겠다는 인사와 함께 각자의 길로 걸어갔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이렇게 행복 에너지를 많이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에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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