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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의길/캠핑

순천 와온에서 반려견과 우중 차박.(렉스턴 차박)

by 마보천리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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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었던 오늘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집에서 여유 있게 밀려있던 일들을 하며 오후에는 반려견 라떼와 차박을 가려고 계획했지만, 역시나 언제나처럼 쫓기듯 하루 일과룰 겨우 끝내고 해고 지고 나서야 차박을 떠났습니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오늘 하루. 이제는 오히려 이런 삶이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원래 와온은 저의 최애 일몰 촬영지로 오늘은 낮부터 구름이 많이 껴서 일몰은 볼 수 없었기에 이곳을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한 터라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선택지가 와온 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여수, 순천이 관광지로 급 부상하면서 와온도 새로운 건물들로 채워지고 있고, 그곳에는 어느 관광지와 같이 카페며 리조트와 같은 숙박시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생각이 필요 할때면 조용히 쉬러 가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자리를 뺏겨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와온으로 가는 길은 이미 해가지고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고, 해가 지면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화장실이 있는 와온 포구로 갔더니, 이미 많은 차들이 차박 하려고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금요일이었더라고요.

교대근무라 요일 개념이 없다 보니 금요일인지도 모르고 이곳을 방문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멀더라도 저만의 아지트인 그곳을 갈걸 그랬나 잠시 후회도 했답니다. ( 하지만 다들 매너 차박을 해 주셔서 후회가 무색할 만큼 하루 잘 자고 왔답니다.)

다행히 한쪽에 주차할 여유가 있어서 저도 바다를 등지고 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온전히 어둠이 찾아오지 않아 온 세상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 풍경 또한 와온 해변이 갖고 있는 여러 옷 중의 하나로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요??

이러한 풍경을 저만 볼 수 없죠. 밖에 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라테가 차에 있기에 얼른 내려서 함께 산책하며 마저 이 풍경을 즐기기로 합니다.

함께하면 그 즐거움과 감동은 두 배 이상이죠?

와온해변 주변으로는 위 사진처럼 데크가 있는데, 이곳은 남파랑길 순천 61코스 중의 일 부분으로 남도삼백리길 1코스입니다.

이 코스를 다 걷지 않더라도 와온 해변 주차장에 잠시 주차를 하시고 산책 삼아 이곳을 걸어 보시는 것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라떼와 데크길을 한바퀴 걷다보니 어느덧 어둠이 내려 앉았고, 조금더 용기내서 라떼와 와온 포구까지 걸어가 봅니다. 

우리 라떼는 그저 신이 나서 꼬리를 한껏 올리고 주변을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빠 배고픈 것도 모른 채...ㅜ

라떼 산책을 마치고 저도 늦은 저녁식사를 먹었는데, 저녁은 와이프가 가서 먹으라고 사준 프랭크 버거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늦기도 했고, 최대한 간단하게 먹고 뒤처리가 깔끔한 음식을 찾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집에서 싸서 오거나 간단하게 포장 음식을 사 오고 있습니다. ( 저도 이제 늙었는지.. 점점 귀차니즘이...ㅜㅜㅎㅎ)

저녁 먹고 차박 최고의 매트인 누잠 매트리스를 두 장 깔아서 잠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최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활동하다 보니 초저녁만 돼도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ㅎㅎ

잠자리를 준비하고 잠시 앉아할 일을 하다 잠시 창문을 열어보니 크... 아까와는 또 다른 풍경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주변으로는 캠핑카도 많이 오고, 거의 모든 주차 공간이 다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차박을 오셨는데 누구 하나 큰 소리 내시는 분 없이 매너 차박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음악은 일채 틀지 않고, 조용 또 조용히.

우리 라테 공주님은 뭐가 그렇게 피곤하신지 옆에서 이렇게 잘 자네요... 어쩜 이리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운지^^

그렇게 잠이 들었고, 새벽에 갑자기 타닥타닥 빗소리가 들리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기대하지 않던 우중 차박이 됐는데, 자다 깼음에도 그 빗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빗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어 애써 잠을 참아보지만 금세 잠이 듭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느덧 와온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와온포구

날이 밝자마자 저의 할 일은 역시나 라떼 산책!!

함께 차박을 한 우리 라떼를 데리고 어제 거닐었던 길을 다시 한번 걸어봅니다. 같은 장소이지만 역시나 전혀 다른 분위기에 라떼도 처음 온 것처럼 다시 열심히 탐색 또 탐색합니다.

저 때의 시간이 아침 6시라 다들 주무실 시간이기에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었고, 그러던 중 60대 정도 돼 보이시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라떼를 보고 너무 예뻐하시는 모습이 표정으로도 알 수 있었는데,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무 아끼는 반려견이 10살에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상심이 너무 크셔서 지금도 너무 보고 싶고, 그 아이를 안고 있을 때의 그 따뜻한 촉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산책하는 그 시간 또한 얼마나 그리우실까. 라떼와 함께 좀 더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말 남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라떼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닐 뿐만 아니라 특히나 사람에 비해 너무나 약하고, 치료법 또한 많지 않으니.

그분은 함께 할 때는 정말 잘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면 역시나 못해준 것들만 그렇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특히나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들을 건강 생각한다고 많이 못줬는데 그게 그렇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결국 그분도 그분의 반려견에게 참 많은 것을 받았다고, 너무 고맙다고.

뜻하지 않은 만남이었고,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시간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며 가시는 그분의 뒷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반려견은 삶의 일부이지만, 반려견에게는 우리가 그들의 삶의 전부입니다.

이 말과 함께 라떼가 건강할 때 함께 더욱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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