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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의길/책

가슴 찐한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

by 마보천리 202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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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대가 되어버린 나의 나이.

그림책을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그림책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림책은 뭐랄까.. 어렸을 때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 이라는 편견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어린이 보다는 사회에 찌든..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 그림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내 주변 지인들에게 평소 나는 잡놈으로 많이 인식되어 있다.

그 이유는 워낙 잡다한 것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나는 평소 관심사가 너무 많다. 즉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주어진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는 것에 매우 안타까울 만큼. 그래서 32년간 살아오면서 심심하다라는 생각을 거의 해보지 않은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모든것들을 다 해볼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남모를 고통과 힘듬이 많이 있었다.

나의 20대.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 

직장의 시작이 좋지 않았고,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지금도 그곳에서 빌어먹고 살고 있다.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고 싶어 일을 하면서도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공부하는 동안 체력과 마음은 너무나도 지쳐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많은 지인들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나만 이렇게 고민하고, 힘든 것일까... 이사람 저사람 비교도 참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걸 만큼 하고 싶은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고, 결국에는 이렇게 그 회사에 빌어먹고 살며 남는 거라고는 그 과정 속에서 얻은 '잡놈'이라는 별명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겪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부질 없었구나.. 헛노력 이었구나.. 차라리 그 시간 즐겼다면 어땠을까. 좋은 추억이라도 남았을텐데"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내가 해왔던 모든 일들을 '삽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삽질의 조건 -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이렇게 얘기 한다. 

'그래서 이게 다 쓸데없는 짓이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동안에도 사는 게 꽤 재미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계속 생겨났고, 오래된 삽질의 결과로 뜻밖의 기회들이 속속 찾아왔다. 다시 덮은 구덩이 곳곳에 어떤 씨앗들이 나도 모르게 심어졌다는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 증명할 길은 없으나 분명 오래전 내가 판 구동이에서 난 싹임을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

 

이 글을 읽는 순간 누군가가 마음이 손을 대고 "괜찮아, 그동안 정말 잘 해왔어" 라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러는게 아니었구나.

나의 삽질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구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에 줄을 치다보니 거의 책 전체를 쳐야될것 같았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위로를 주는 글과 그림들이 많지만 스포가 될것 같아 좀 참으려 한다.

책을 읽어 갈수록 아깝고 아쉽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는데, 때로 위로가 필요 할때면 다시금 한 번씩 책을 펼쳐보려 한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다른 그림책들도 여러권 나오는데 그 책들도 메모해 놓고 읽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할아버지가 되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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